저의 주재료 중 하나인 잉크와 종이를 사용한 작업들로 구성한 전시입니다.
잉크 작업들은 청소년기때 부터 일기 쓰듯이 꾸준히 해왔던 터라,
작품 활동을 하는 느낌 보단 제 일상의 일부와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거 처럼,
매일 매일의 조각이 담겨있는 잉크 작업들에 제목을 붙이기 보단 반복과, 순환의 의미를 담아 넘버링을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001번 부터 030번의 작업이 전시 되었습니다.
각 작업의 디테일한 이미지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의미와 유의미의 반복 속에 담긴 장면의 일부
모든 것은 움직이며 한점에서 한점으로 흘러간다. 그 사이에 생기는 선의 흐름을 연주하며 살아가는 것. 이 행위의 자체를 이해하면 그 뒤부터는 끊임없이 체득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숨을 쉬는 것과 날짜를 세는 것과 비슷하게 작업을 해내간다. 삶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과정을 이어간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태도를 일상화하여 익숙함에 숨어있는 기묘한 시선을 쫓아간다. 마치, 익숙한 형태의 경이로운 시선이 일상의 시선으로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안내하는 것 같다. 그 경험의 사이에 녹아있는 숨과 숨의 지점들에 피어있는 반복의상(像) 들에서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오롯이 바라보는 이의 몫이다. 몰입과 관조 그리고 관망의 영역에 놓인 채로.
작가는 자신이 품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현실화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표현으로 작품을 마주할 때 고립과 고독이 주는 제한적인 세상을 전달한다. 그 세상에 몰입되어 관객들이 작품의 일부가 되었을 때 무심코 지나쳤거나 혹은 덮여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감정과 경험의 확장으로 이어져 개개인들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다.
001030 전시의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세상은 깊고 투명하다. 점과 선 그리고 영역으로 이어지는 유영의 장면들 속에서 그저 나 자신을 바라보는 호흡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 고개를 들어 삶을 바라보는 것처럼.